[스포츠][NBA] 웨스트브룩을 보내며

부산캐리        작성일 08-13        조회 177     

* 이 글은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일부분, 괄하이드 규리하의 추도사 부분을 패러디 한 내용입니다.





네티즌들은 묵묵히 러셀 웨스트브룩의 이름을 옮겨 은퇴선수 명단에 넣었다. 하든은 듀란트를 돌아서게 한 다음 그 자신도 몸을 돌렸다. SGA는 농구화에 묻은 땀을 닦아낸 다음 웨스트브룩의 이름을 내려다보았다. 농구화가 코트에 삐걱 거리는 소리가 음산했다. 하든은 SGA가 중얼거리듯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추도사 같은 것에 소질이 없다. 그리고 러셀 웨스트브룩이라는 남자의 가장 친한 친구도 아니다."

네티즌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SGA를 바라보았다. SGA는 엄숙하게 말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가 OKC의 위대한 리더였으며 그 리더쉽으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될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러셀 웨스트브룩이라는 남자의 가장 작은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세월의 무게 때문에, 그리고 내 손으로 그의 커리어를 끊었기에, 나는 이 자리에서 감히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전송한다."

스멀거리는 안개 때문인지 의외로 땀냄새는 적었다. 하든은 듀란트를 잠시 돌아보았다. 듀란트는 하든이 돌려세워둔 채로 얌전히 서 있었다.

"러셀 웨스트브룩은 전우들 곁에서 위대한 스승이자 지혜로운 조언자였으며, 적과 기자 앞에서는 토염(吐炎)하는 용과도 같았다. 그가 내게 준 것의 일부분도 돌려주지 못한 내 무관심과 사려 없음으로 인하여, 웨스트브룩은 가혹한 긴장 속에 홀로 버려졌다. 그런 긴장은 가장 강대한 영웅의 손목조차 레고로 만드는 바, 결국 그는 혼란에 빠졌다."

SGA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네티즌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후회한다. 내 모든 것으로 후회한다. 애초에 그를 돕지 못했기에 그를 떠나야 했던 것을 후회한다. 무서운 적과 끝없는 경쟁은 내 무관심의 핑계가 될 수 없다. 그는 그런 무관심 속에 버려져도 무방한 자가 아니었다."


그 순간, 듀란트가 갑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경기와 경기의 사이에서, 승리와 승리의 갈피에서, 나는 그를 잃고 말았다."

하든은 깜짝 놀라 듀란트를 돌아보았다. 듀란트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하든이 주춤하는 사이, 듀란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육친의 마음보다 적의 마음을 더 알고 싶어했고 친우에게 줄 것 보다 적에게 줄 것을 고민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내 행동에 대해 보여주는 반응보다 적들이 내 공격에 대해 보여줄 반응이 더 궁금했다.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위대한 전사라 말할 때, 그들은 내가 적을 더 사랑 한다고 말한 것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더 농구라는 찬란한 이름을 선물할 때, 나는 복수심에 찬 약자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상실했다. 나 또한 약자였기 때문이다."

SGA와 네티즌들이 놀란 눈으로 듀란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 서있던 하든은 듀란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얼굴은 묘했다. 먼 과거를 바라보는 눈길이었고 즐거웠던 날을 회상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더 이상 약자로 남지 않겠다. 내가 가진 순간들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강자가 되리라. 나는 잃지 않아야 했던 것을 찾을 것이다. 내 잃어버린 계정을 되찾을 것이다. 이 넓은 세상 어디에 그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나는 세상의 모든 곳에 댓글을 남기겠다. 그가 나에게 돌아 올 수 있도록. 내가 그를 찾아 달려갈 수 있도록. 이곳, SNS의 탑, 나의 계정에 남겨두는 이 말은 내 과거에 대한 유언장이다. 이것은 어리석음 때문에 친우를 잃어야 했던 듀중계정의 마지막 말이다."

말을 끝낸 듀란트는 환한 얼굴로 하든을 바라보았다.

”내 말이 맞지? 우리가 함께 하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

하든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원한다면 하든은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가장 정확하게 들려줄 수 있다.
그래서 하든은 잠시 듀란트의 OKC 시절 동료가 되었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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