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오늘 한화경기 직관. 개빡치네요.

소띠시대        작성일 04-15        조회 1,108     

오늘 자녀 셋을 데리고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네, 그 역사적인 현장에 저희 가족 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분위기 정말 좋았습니다. 애들은 아침부터 들떠서 한화 유니폼 챙기고 모자 쓰고, 오늘은 꼭 이길 것 같다며 재잘거리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죠. 출발 전에는 호기롭게 약속도 했습니다.

"오늘 혹시 지면, 아빠가 다음에 한 번 더 데려올게!"라고요. 그때의 제 입을 때리고 싶네요.

경기는 6회까지는 그럭저럭 굴러갔습니다. 삼성에 만루 찬스가 두어 번 있었지만, 용케도 꾸역꾸역 막아내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어? 오늘은 좀 다르나? 하는 희망 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신나서 응원하고, 가족들과 함께 6회까지는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그런데 7회부터 슬슬 그 팀의 본색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원래 계산은 7회까지 불펜으로 어찌저찌 버티고, 8회 정우주(혹은 조동욱), 9회 김서현으로 닫는 거였겠죠. 그런데 7회에 벌써 정우주가 급한 불을 끄러 올라오더니, 8회에 조동욱을 굳이 김서현으로 바꾸는 시점에서 경기가 터졌습니다.

보는 내내 "왜?"라는 의문만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김서현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놈의 믿음의 야구는 결국 최악의 참사로 돌아왔습니다. 삼성 응원석은 축제 분위기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데, 홈 관중석에서는 여기저기서 육두문자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옆에서 우리 애들은... 참 가관이었습니다. 4시간 동안 인생의 희노애락을 압축해서 경험하더군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애들을 보고 있자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애들한테 야구는 즐거운 놀이여야 하는데, 이건 뭐 거의 고행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까요.

경기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이겼어도 찝찝했을 경기인데, 이렇게 기록적으로 처참하게 무너지니 내가 굳이 이 역사적인 현장에 증인이 되어야 했나 하는 더러운 기분만 남았습니다.

더 큰 고민은 이제부터입니다. "지면 한 번 더 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까요? 이 고통을 애들에게 또 겪게 하는 게 부모로서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설레하며 유니폼을 챙기던 아이들의 뒷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더 허무하네요.

오늘 직관하신 한화 팬분들, 다들 살아 계신가요? 진짜 보살도 이런 보살이 없습니다. 하아... 당분간 야구 근처에도 가기 싫어지네요.


목록

댓글 0 개


게시판
[83024] [스포츠][KBO] 돌아온 행복수비 글로배운사달 04-17 1229
[83020] [스포츠]한화 삼성전 논란의 장면 하늘 04-17 1210
[83021] [연예]연상호 감독, 전지현, 지창욱, 구교환 등 출연 영화 "군체" 예고편 군필깍기 04-17 1013
[83022] [스포츠][KBO] 현재 프로야구 순위 암거너매띠 04-17 1021
[83023] [스포츠][NBA] 샬럿 라멜로볼 징계확정 나는호구 04-17 1206
[83017] [스포츠]흥국생명, FA 최대어 정호영과 총액 5.4억 계약…이다현과 국대급 트윈타워 구축 토요일8시 04-16 1117
[83018] [스포츠][KBO] KT 위즈 안현민, 허경민 선수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 말소 눈물이쮸룩 04-16 1046
[83019] [스포츠][NBA] 오늘 클리퍼스 탈락으로 인한 스노우볼... 오시스 04-16 977
[83012] [스포츠][KBO] 포수리드가 부상하고 있는 롯데 싸가지쩔어 04-16 1013
[83013] [스포츠]칠성사이다 광고 (feat.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 신탁 04-16 1213
[83014] [연예]윤아의 싸인 슈렉이 04-16 1164
[83015] [스포츠][해축] 한편... 조용히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향해...gif (용량주의) 보노싶하 04-16 1033
[83016] [스포츠][해축] 명불허전.gif (용량주의) 마이비짱 04-16 1132
[83011] [스포츠]25-26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결과 및 4강 대진표 유탄발사기 04-16 943
[83008] [스포츠][KBO] 현재 프로야구 순위 SNS정당 04-16 1194
[83009] [스포츠]삼성팬들이 야구보면서 힘들어 하는 이유 태연남편 04-16 1203
[83010] [스포츠]김경문 한화 감독: "약한 팀들, 지는 팀들이 (선수단 구성을) 바꾸는 것" 퇴계르 04-16 1085
[83007] [스포츠][여배] 기업은행 일본국대출신 오사나이 미와코 영입!!!! 호랑이 04-15 1227
[83006] [스포츠][해외축구] 리버풀 휴고에케티케 열달 결장예정 너구리라면 04-15 1193
[83002] [스포츠]북중미 챔스 LA FC 요리스 하이라이트 머리도비만 04-15 944
[83003] [스포츠][KBO] 황당 부상으로 인한 1군 엔트리 말소 시미나창 04-15 1232
[83004] [스포츠][NBA]오늘의 플인토 하이라이트(논란의 사람샬럿) 스트록 04-15 1204
[83005] [연예]문채원, 비연예인 남자와 오는 6월 결혼 슈퍼이어 04-15 1221
[82998] [스포츠]0:5 -> 6:5로 뒤집은 삼성 득점장면 모음 간지나다 04-15 1048
[82999] [스포츠][해축] 비오는 안필드에서 맞붙었던 리버풀과 PSG.gif (용량주의) 마의16세 04-15 1039
[83000] [스포츠][여자농구] 여자농구 우리은행, 전주원 감독 선임 휴남 04-15 1125
[83001] [스포츠][해축] 세번째 만남의 끝.gif (용량주의) 토사장내돈다내놔 04-15 1057
[82997] [스포츠]북중미 월드컵 결국 지상파에서도 하나봅니다. GONZO꼬마 04-15 1236
[82991] [연예]PLAVE - Born Savage (M/V) 구라킴 04-15 1118
[82992] [스포츠]오늘 한화경기 직관. 개빡치네요. 소띠시대 04-15 1109
[82993] [스포츠][KBO] 현재 프로야구 순위 토토하는메싱 04-15 1057
[82994] [스포츠]삼성 vs 한화 경기에서 크보 역사상 최초의 기록들이 쏟아졌습니다 허언증 04-15 1231
[82995] [스포츠][KBO] 실시간 대전경기 파리의연인 04-15 1196
[82996] [스포츠][KBO] 손아섭의 시즌 1호 안타 및 두산 이적 후 첫 안타.gif (용량주의) 링쮸 04-15 1173
[82990] [스포츠][KBO]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왼쪽 가슴 갈비뼈 미세 실금으로 엔트리 말소 이거완번 04-14 1226